미국 처음 왔을 때 은근히 당황했던 것 중 하나가 감기약 고르는 거였어요.
한국에서는 감기 걸리면 약국 가서 “목이 아파요”, “코감기인 것 같아요”, “몸살 기운이 있어요” 하면 약사님이 알아서 챙겨주시잖아요. 코감기약, 목감기약도 익숙한 제품들이 있고요.
그런데 미국은 CVS나 Walgreens에 가면 감기약 코너부터 압도적이에요.
Tylenol, Advil, DayQuil, NyQuil, Mucinex, Sudafed…
비슷하게 생긴 박스는 왜 이렇게 많은지, Day가 있고 Night가 있고, 또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종류가 몇 개씩 있어요.
저도 처음에는 뭐가 뭔지 몰라서 패키지 앞에서 한참 읽어보곤 했는데, 미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 이제는 증상에 따라 제가 찾는 제품이 거의 정해졌어요.
오늘은 약 성분을 줄줄이 설명하기보다는, 제가 실제로 어떤 증상이 있을 때 어떤 OTC 제품을 찾는지 위주로 적어볼게요.
물론 아래 내용은 어디까지나 제가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생긴 개인적인 루틴이에요. 같은 증상이라도 사람마다 맞는 약이나 복용할 수 있는 약은 다를 수 있습니다.
1. Tylenol vs. Advil — 저는 Advil 쪽
미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진통제라면 역시 Tylenol과 Advil이에요.
Tylenol의 주성분은 acetaminophen, Advil은 ibuprofen입니다. 둘 다 통증이나 열이 있을 때 많이 사용하는 OTC 약이지만 성분 자체가 다른 약이에요.
저는 둘 다 먹어봤는데 개인적으로는 Tylenol보다 Advil이 저한테 더 잘 듣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머리가 아프거나 몸이 쑤시고 아플 때 집에 둘 다 있어도 저는 자연스럽게 Advil부터 찾게 돼요.
이건 정말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주변을 봐도 Tylenol이 더 잘 맞는다는 사람도 있고 Advil을 더 선호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저한테는 그냥 Advil이 더 잘 맞아서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Advil 쪽으로 정착했습니다.
2. “어? 몸살 오려나?” 싶으면 저는 NyQuil
이건 제 감기 루틴 중에서 제일 확실해요.
몸이 평소랑 좀 다르고 으슬으슬하면서
“아… 나 내일 아프겠는데?”
하는 느낌 있잖아요.
저는 그 느낌이 오면 밤에 NyQuil을 먹고 그냥 일찍 자요.
뭔가 더 해보겠다고 버티기보다는 따뜻하게 하고 푹 자는 편이에요. 저한테는 몸살 기운이 슬슬 올라올 때 충분히 자는 게 꽤 중요하더라고요.
NyQuil은 이름 그대로 야간용 제품이고 졸음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낮에는 먹지 않고 이제 잘 거다 싶을 때만 먹습니다.
반대로 낮에 감기 증상을 관리해야 할 때 많이 보이는 게 DayQuil이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DayQuil보다는 NyQuil을 찾는 일이 훨씬 많아요.
3. 비염 있는 제가 계절 바뀔 때 찾는 Sudafed
저는 원래 비염이 있어서 여름에서 가을, 겨울에서 봄처럼 계절이 확 바뀌는 시기가 되면 코가 유독 예민해져요.
코 안쪽이 붓고 염증이 생긴 것처럼 불편하면서 콧물이 나기도 하고, 심할 때는 침 삼킬 때까지 아픈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한국에서는 콘택600처럼 ‘코감기약’이라고 딱 생각나는 제품들이 있었는데, 미국에 와서는 처음에 이 부분이 좀 헷갈렸어요.
알레르기약은 정말 많아요.
Zyrtec, Claritin, Allegra 같은 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데 제가 생각하는 “코가 꽉 막히고 코감기 온 것 같은데?” 할 때 찾을 약은 오히려 한눈에 안 들어오더라고요.
여러 제품을 써보다가 제가 이런 증상일 때 찾게 된 게 Sudafed 12 Hour 계열이에요.
특히 코막힘이 심할 때 개인적으로 잘 맞아서 계절이 바뀌면서 제 특유의 코 증상이 시작되면 생각나는 제품입니다.
여기서 하나 알아둘 점은 Sudafed 제품이 다 똑같지는 않다는 거예요. 제가 사용하는 12시간용 pseudoephedrine 제품 같은 경우 미국에서는 일반 진열대가 아니라 pharmacy counter 뒤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약사에게 요청해서 구입해야 합니다.
처음 미국 왔을 때는 이것도 몰랐어요. 진열대에 없길래 없는 줄 알았거든요.
4. 목이 칼칼하고 가래가 생기면 Mucinex Maximum Strength
그리고 저는 목감기 쪽은 거의 무조건 Mucinex Maximum Strength를 찾는 편이에요.
목이 칼칼해지면서 가래가 생기거나 가슴 쪽까지 뭔가 답답한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요. 저는 그런 증상이 생기면 이것저것 새로 사보기보다는 Mucinex부터 생각나요.
미국 감기약 코너를 보면 Mucinex도 종류가 정말 많아서 처음 보면 헷갈릴 수 있어요. 저는 그냥 제가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Mucinex Maximum Strength 제품을 찾는 편입니다.
이것도 “이게 누구에게나 제일 좋은 목감기약이다”라는 의미는 아니에요.
그냥 미국에서 여러 OTC 제품을 사용해 보면서 저한테는 이쪽이 잘 맞아서 정착한 것에 가까워요.
5. 결국 저는 이렇게 정착했어요
예전에는 미국 약국 감기약 코너에 가면 박스 하나하나 읽어보느라 시간이 꽤 걸렸는데, 지금은 제 몸에서 자주 나타나는 증상을 아니까 훨씬 단순해졌어요.
머리가 아프거나 몸이 아플 때 → Advil
몸살 기운이 슬슬 올라올 때 → 밤에 NyQuil 먹고 푹 자기
계절이 바뀌면서 코막힘이 심해질 때 → Sudafed
목이 칼칼하고 가래가 있을 때 → Mucinex Maximum Strength
대충 이렇게 정착했어요.
물론 감기라고 생각했는데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될 때는 OTC 약만 계속 먹으면서 버티지는 않는 게 좋고, 병원이나 의료진에게 확인하는 게 안전합니다.
그리고 감기약은 브랜드 이름만 보고 여러 개를 동시에 먹으면 안 돼요. 미국 OTC 감기약은 한 제품에 여러 성분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어서 다른 제품과 성분이 겹칠 수 있습니다. 저는 새로운 제품을 먹을 때는 뒷면의 Active ingredients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에요.
미국 약국에서 자주 보게 되는 단어들
처음 미국에서 약을 고를 때는 제품명보다 이런 단어를 알아두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됐어요.
- Pain Reliever — 진통제
- Fever Reducer — 해열제
- Nasal Congestion — 코막힘
- Decongestant — 코막힘 완화제
- Cough Suppressant — 기침 억제제
- Expectorant — 가래 배출을 돕는 약
- Non-Drowsy — 졸림이 적은/없는 제품
- Nighttime — 야간용
- Active Ingredients — 유효성분
미국 약은 브랜드 하나에도 종류가 워낙 많아서 저는 앞면의 큰 제품명만 보는 것보다 내 증상이 뭔지 보고 Active Ingredients를 확인하는 습관이 훨씬 도움이 됐어요.
Final Thoughts
미국에 처음 왔을 때는 감기 한 번 걸려도 한국에서 먹던 약이 없으니까 뭘 사야 할지 막막했어요.
그런데 오래 살면서 이것저것 직접 사용해 보니 결국 저한테 맞는 제품들이 생기더라고요.
저처럼 미국 약국 감기약 코너 앞에서
“그래서 대체 뭘 사야 하는데?”
하고 한참 서 있었던 분이라면 제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글은 제가 실제로 사용해 본 OTC 제품과 제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하는 글입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 복용 중인 약, 임신 여부 등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약이 달라질 수 있으니 확실하지 않을 때는 의사나 약사에게 확인하세요.
